비탈리의 샤콘느를 처음 들었던건 20대 중반에 사귀고 있던 남자친구를 통해서였다.
아버지가 요즘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자기가 샤콘느를 듣는다 했더니, “올~ 대단한데”라는 말을 들었다고 그는 내게 클래식을 듣는 것이 무엇이라도 되는 것 처럼 자랑을 했다. 그래서 무엇이길래...하는 마음이 강했다고나 할까?
클래식 입문은 어려서부터 했지만, 중학교 2학년때 성악을 전공하신 음악선생님이 불러준 슈베르트의 가곡 ’마왕‘을 듣고 부터는 찾아 듣기 시작했다. 20대 중반이 되었을때는 나름 연차가 쌓여서 제법 음악을 듣는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라 스스로 여기고 있었다.
같은 곡이라도 연주자와 지휘자를 따져가면서 음반을 찾아 듣고는 했다.
그런데도 비탈리는 내게 다소 생소했다. 그때는 첼로에 심취해서 바이올린은 날카로운 높은 음이라는 나만의 확고한 취향으로 무시하기 일수 였던 시기였다.
그래서 그 음이 특별히 다가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내 취향이 아냐~ 너 혼자 실컷 들어~라고 하면서 지나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름 혼자 클래식 음악 듣는다고 고고한 척을 했던 것 같다.
결국 그와는 헤어졌다.
그리고 몇년이 흐른 뒤에 장영주 전집 앨범 모음집을 샀다.
이제 CD가 쇠퇴되고 있었지만, 고집이 있던 나는 음반을 계속 모아야하는 시기라 생각하고 샀던거 같다.
거기에 그가 자주 듣는다고 했던 샤콘느가 있었다.
장영주의 연주가 훌륭해서였을까?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였을까…
그때 들었던 그 음악이 아니었다.
추운 겨울에 들으면, 매서운 겨울 바람이 느껴지고…
더운 여름에 들으면, 시원한 계곡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가 떠올랐다.
내가 최선을 다 하지 않았던 사랑이었기 때문에 가장 후회가 남는 사람이다.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얼마전에는 그가 생각나서 구태여 찾아서 들었는데,,,
여전히 장영주의 비탈리는…마음을 울린다….
요즘은 푹 찌는 더위에 너무 힘든데, 차 안에 혼자 앉아 듣는 내내 시원한 물가에 앉아서 고독을 즐길 수 있었다.
장영주의 연주만 고집하는 것 같아서 다른 연주자를 찾아봤는데,
비탈리 만큼은 장영주가 최고인것 같다…
장영주는 사라 장으로 더 많이 불리면서 1717년에 만들어진 과르넬리 델 제수를 사용한다.
초기에 제작된 훌륭한 바이올린은 스승인 아이작 스턴에게 물려받았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바이올린은 파워풀한 음색을 들려준다. 거기에 그녀의 기교가 더해져서 끝내주는 음악이 나온다. 혹자는 그녀의 기교가 감성을 안 준다고 하지만, 듣다보면 그녀만의 감성이 들린다.
이런 그녀의 서정적인 멜로디가 제일 잘 들어나는 것이 비탈리의 샤콘느라고 말할 수 있다.
그녀가 자극해주는 감수성이 실컷 건들여진 담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내일은…다른 감수성을 찾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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