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돈을 셋으로 나누게 하되, 3분의 1은 토지에, 3분의 1은 사업에 투자하게 하고, 나머지 3분의 1은 예비로 남겨두게 하라.” 이는 2,000년 전에 쓰여진 《탈무드》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을 한 사람이 누구든, 그는 수익과 위험에 대해 알고 있었다. 어쩌면 세계 최초로 자산 배분을 주창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1) 분산투자의 효과
자산 배분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자산 배분 전략을 계량적으로 투자에 활용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52년 해리 마코위츠가 발표한 「포트폴리오 선택(Portfolio Selection)」이라는 논문이 그 시작이다. 이 논문에서 그는 다른 형태의 수익률을 보이는 투자 상품을 결합하면 포트폴리오의 내부 변동성이 감소하는 것을 보여주는 수학적 모델을 개발했다. 이 논문의 영향력이 엄청났기에 해리 마코위츠는 ‘현대 포트폴리오이론의 아버지’로 불리며, 1990년에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 해리 마코위츠는 자산관리를 어떻게 했을까?
‘포트폴리오 선택’ 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해리 마코위츠는 어느 날 기자에게서 “돈을 어떻게 투자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주식시장이 한참 올랐는데 내가 주식을 갖고 있지 않다면, 혹은 내가 주식에 왕창 투자하고 있는데 주식시장이 한참 빠진다면, 내가 얼마나 슬플지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저의 의도는 이런 후회를 최소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투자금을 50 대 50으로 나누어 채권과 주식에 투자했습니다.”
해리 마코위츠에서 시작된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은 투자의 관심을 개별 증권에서 포트폴리오로 옮겨 왔다. 동시에 분산투자라는 개념은 다시 고려해야 했다. 이제 분산투자는 계란을 옮길 때 많은 바구니를 사용한다는 단순한 개념을 넘어서, 다른 것들과 분명히 구별되는 바구니를 찾는 것이 중요해졌다. 각 바구니의 독특한 수익률 형태가 다른 바구니의 손익을 부분적으로 상쇄해서 전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추기 때문이다.
마코위츠가 발견한 것은 위험한 주식을 일정한 방법으로 구성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포트폴리오 전체의 리스크는 그 안에 포함된 개별 주식의 리스크보다 작아진다는 것이다.
프린스턴 대학의 버튼 맬킬 교수는 그의 저서 〈시장변화를 이기는 투자〉에서 재미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단 두 가지 사업만으로 구성된 섬 나라가 있는데 하나는 골프장과 해변으로 구성된 리조트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우산 제조업이다. 그렇기에 날씨가 두 사업의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 날씨가 화창한 계절에는 리조트 사업은 호황을 누리겠지만 우산 제조업의 매출은 급감한다. 반대로 우기에는 리조트 사업은 부진하지만 우산 제조업의 매출과 이익은 증가한다.
평균적으로 한 해의 절반은 우기이고 절반은 건기라고 가정하자. 우산 제조회사의 주식을 매수하면 절반의 기간에 50%의 수익을 얻고 나머지 절반 기간에는 25%을 손실을 입게 되므로, 평균 수익률은 12.5%다. 같은 원리로 리조트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도 똑같은 실적을 기대할 수 있다. 둘 중 하나의 종목에만 투자할 경우, 우기와 건기에 따라 실적 변동이 매우 커진다. 그리고 예상 외로 우기나 건기가 길어지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 자금을 반으로 나눠 우산 제조업과 리조트 사업에 투자하면, 이 같은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
우산 제조업에 1만원, 리조트 사업에 1만원을 투자한다면, 우기에는 우산 사업에서 5,000원의 수익을 얻고, 리조트 사업에서 2,500원의 손실을 입어서 총 수익은 2,500원이 된다. 반대로 건기에는 리조트 사업에서 5,000원의 수익을 얻고, 우산 사업에서 2,500원 손실을 입어서, 이 경우에도 총 이익은 2,500원이다.
이 사례는 분산투자의 장점을 잘 보여준다. 우산 회사나 리조트 회사 중 하나를 골라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날씨에 따라 수익률의 변동 폭이 크다. 하지만 투자자금을 반으로 나눠 두 회사에 분산투자하면, 날씨와 상관없이 12.5%의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물론 분산투자에도 한계는 있다. 우산 제조업과 리조트 회사의 사례처럼 두 회사의 실적이 완벽하게 정반대로 움직이면 분산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대체로 나란히 움직인다. 게다가 주식시장이 폭락할 때는 거의 모든 회사의 주가가 하락한다. 그렇더라도 모든 기업의 실적이 항상 나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아니므로, 한두 종목에 집중하는 것보다 분산된 포트폴리오의 경우가 수익률의 변동 폭을 줄일 수 있다.
2) 분산투자에 따른 위험 감소
포트폴리오의 종목 수를 늘리면 리스크가 줄어든다. 그렇다면 포트폴리오의 보유 종목 수를 계속해서 늘리면, 리스크도 계속 줄어들까? 그렇지는 않다.
투자 위험은 크게 체계적 위험과 비체계적 위험으로 나뉜다. 체계적 위험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나 천재지변, 전쟁 등과 같이 모든 투자 자산의 가치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을 말한다. 따라서 체계적 위험은 분산투자를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비체계적 위험이란 개별 기업의 독특한 요소 때문에 발생하는 위험이다. 대규모 신규 계약을 체결하거나, 기업 소유 부동산에서 광물자원이 발견되거나 하는 긍정적인 사건이나, 노사문제나 산업재해, 횡령, 분식회계 등과 같은 부정적인 사건으로 인해 기업의 주가가 시장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따라서 성격이 다른 기업이나 자산에 투자하면 비체계적 위험을 회피하거나 그 손실을 상쇄할 수 있다.
그렇다고 포트폴리오 내에 편입된 종목 수를 늘리면 계속해서 위험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보유 종목 수를 추가할수록 위험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감소의 폭은 줄어든다. 통상 포트폴리오에 30개 종목을 편입하면 비체계적인 위험은 대부분 사라지며, 더 분산투자를 해도 위험은 거의 줄어들지 않는다. 따라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기대 수익률과 표준편차, 자산 간의 상관관계를 고려하여 적절한 분산으로 가장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도록 조율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추가적인 보상이 없으면 리스크를 짊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리스크에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따른다. 하지만 개별 종목의 모든 위험에 프리미엄이 붙는 것은 아니다. 비체계적인 위험은 적절한 분산투자를 통해 쉽게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비체계적인 리스크를 떠안아도 추가적인 보상을 받을 수는 없다. 투자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리스크는 체계적인 위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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